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위기는 기존의 가치 또는 어떤 체제나 질서가 다른 새 것에 의해 강한 도전을 받아 응전의 능력이 미약한 때 생기는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불황에서 오는 경제적 삶의 위기로부터 인구의 폭발과 자원의 고갈 그리고 공해로 인한 자연의 황폐에서 오는 생태적 위기 등 오늘 현대인은 이 위기에서 오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진통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이 경험하는 본질적인 위기는 영성의 상실에서 오는 인간의 물질화 현상입니다. 하나님의 지고한 생명으로 지음받은 생명의 존재가 혼과 육의 존재로만 전락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가정이나 사회는 위대한 환상과 믿음을 상실하고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요시하고 과정보다는 그 결과만을 바라보며, 사람의 인격보다는 그들의 기술과 능력을 먼저 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인간에게서 가장 중요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오직 입신출세와 부의 성취만이 있는 공허한 세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성서가 증언하는 하나님을 떠나 죄 가운데 사는 인간 삶의 모습인 것입니다.
믿음의 상실은 곧 하나님의 상실을 말합니다. 그것은 절망과 좌절을 낳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앗아갔습니다. 같은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이 없고 복도에서 만나도 스쳐만 갈 뿐 인사가 없고 휴지나 쓰레기가 굴러다녀도 그것은 관리자나 청소원이 하는 일이니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타산적이고 실리적인 것만 추구하는 변질된 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모님 생신이 되어 찾아뵙지 못하는 안타까움보다는 돈이나 선물을 보냄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친구나 친척의 결혼에는 손에 무엇이든 들고 가지 않으면 아니 되는, 그래서 초청장이나 청첩은 곧 고지서라는 통념이 오늘 우리의 삶을 슬프게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심한 도덕적 위기와 공허를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세대의 것이라고 내버렸던 삼강오륜을 대신하여 오늘 이 사회를 주도하는 새로운 윤리관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그것은 구호만 있을 뿐 참된 삶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모든 것을 해도 좋으나 당신과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 법대로 살아야 한다는 극히 잘못된 풍조가 오늘을 지배하는 풍조라면 그것은 분명 병든 사회일 것입니다.
오늘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의식에만 참여할 뿐 그 종교의 진수에 접하지 못하는 피상적인 삶 속에도 이 시대가 갖고 있는 공허와 아픔이 있습니다. 진리에 대한 확신, 진리의 빛 안에서 삶을 설계하고 진리 안에서 그 삶을 영위해 간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단지 신앙생활을 통해 자신의 삶이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하는 실리적인 것만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한다면 그것은 기쁨이 없는 허무만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나」라고 하는, 그리고 「물질」이라는 것의 집착에서 벗어나 열린 눈과 귀로 진리를 보고 진리를 듣는 삶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속히 일어나 진정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나와 당신 안에 진리의 영이신 성령을 영접하시기 바랍니다.
[영감의 숨결] 영성의 회복
청아 서용원